fnctId=portalBbs,fnctNo=5 [25.07.02] [경제전망대] 논리상 불가한 ‘임대 문의’ - 김광희 교수 칼럼 작성일 2025-07-07 조회수 1 작성자 김가현 한국어 70~80% 한자어, 절대 비중기업의 企, 사람 인·멈출 지로 구성사람이 없으면 멈춘다는 뜻을 암시‘유명세’ 탔다 아닌 치르다 옳은데‘교육 역행’ 문해력 저하 논쟁 이유김광희 협성대 경영학과 교수다음 중 잘못된 문장을 골라라.(각종 기사에서 발췌)① K는 데뷔 전부터 출중한 외모로 유명세를 탔다. ② I는 유명세에 힘입어 방송에까지 진출하는 행운을 얻었다. ③ M은 간판선수들의 유명세에 밀려 오랫동안 무명 세월을 보냈다.한국어는 순우리말과 한자어, 외래어 등으로 구성된다. 예컨대 ‘아버지·어머니’, ‘하늘·땅’, ‘모꼬지’는 순우리말이고 ‘부모’, ‘천지’, ‘단합대회’는 한자어다. ‘커피’, ‘컴퓨터’, ‘캠핑’처럼 해외에서 들어온 외래어도 있고 ‘다락방’, ‘우승컵’, ‘나비넥타이’처럼 순우리말·한자어·외래어가 섞인 혼종어도 있다. 한국어의 70~80%는 한자어인데 특히 전문용어의 90% 이상은 한자어다.(성균관대 전광진 교수)이처럼 한국어에서 한자어 비중은 절대적인데 그 교육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 ‘방수’란 물길을 튼다(放水)는 건가, 막는다(防水)는 건가? ‘연패’란 연속 우승(連패), 연속 패배(連敗)? 글을 읽고 뜻을 아는 능력인 ‘문해력’ 저하 논쟁이 끊이질 않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새로 들어온 신입생 ○○○입니다.” 새내기 자기소개 시간에 어김없이 나오는 말이다. 주지하듯 ‘신입생’이란 말엔 이미 ‘새로 들어왔다(新入)’는 말이 포함돼 있다. ‘역전앞’이나 ‘과반수를 넘었다’처럼 중복 표현이다. 새내기가 처음 접한 전공교재(경영학)엔 전문용어가 넘친다.먼저 ‘기업’이다. “기업의 제일 소중한 자원은 인재다.” 듣기 좋으라고 하는 말이 아니다. “왜 인재가 가장 중요할까?” 이에 다양한 답변을 해온다. “직원이 움직여야 일이 되죠.” “기업은 사람들로 이뤄진 조직이잖아요.” 모두 옳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그런 다음 칠판 중앙에다 큼직하게 ‘企業’이라고 쓴다. ‘사람 인(人)’과 ‘멈출 지(止)’로 이뤄진 글자가 바로 ‘企’라고 일러준다. 기업은 사람이 없으면 멈춰버리는 조직이라 인재가 제일 중요하다고 덧붙이면 모두 고개를 끄덕인다.‘경제’도 설명한다. 메이지(明治) 시대 지식인이 ‘Economy’의 번역을 두고 고심하다 중국 고전에서 ‘세상을 다스리고 백성을 구제한다’는 뜻의 ‘경세제민(經世濟民)’을 발견하곤 여기서 두 글자를 따왔다 라고. 경제의 근본 뜻이 잘 전달된다.‘인사’란 ‘사람(人)과 관련된 일(事)’이라고 풀어주면 이해는 빨라진다. ‘물류’란 ‘물건(物)의 흐름(流)’을 말하며 ‘물적유통(物的流通)’의 약자라고 일러준다. ‘재무제표(財務諸表)’란 돈과 관련된 일(財務)로 기업의 경영성과 등을 담은 여러 문서(諸表)라고 설명하면 금방 이해한다. 전략·생산·금융 등에 등장하는 전문용어도 한자어가 많아 뜻을 유추하고 문맥을 꿰자면 한자 지식은 필수다. 한자는 그 자체로 뜻을 암시하는 힌트(표의문자)가 담긴 압축 파일이다.첫머리 물음에 답할 차례다. 위 문장(유명세를 탔다, 유명세에 힘입다, 유명세에 밀렸다)은 ‘유명세(有名稅)’의 세를 기세쯤으로 오해하며 생긴 오류다. 하여 예시는 모두 잘못된 문장. 유명해졌으니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penalty of popularity)하게 되는데, 셀럽이 겪는 개인적 불편이나 곤욕이 유명세다. 일종의 세금(稅)과 같은 성격이니 ‘치르거나 지불했다’는 술어가 따라야 옳다.네이버 지식iN에 올라온 질문 하나. “청자 기준 우측, 강연자 기준 좌측에 ‘좌장’이라는 자리가 있다. 세미나라서 강연자 기준으로 하는 게 예의라 좌장이라 표현하는 것 같은데 왜 항상 좌측 반대쪽, 즉 우측엔 ‘우장’자리가 없을까?” 동공이 마구 흔들린다. 각종 행사나 자리의 어른을 가리켜 ‘좌장(座長)’이라 칭하거늘.(내용상 질문자는 대학원생쯤으로 추정) 한자 교육의 필요성을 통감한다.한글전용론과 우리글 사랑은 전혀 다른 얘기다. ‘교양의 지문’ 한자는 단어의 정확한 뜻을 일깨우고 상호간 소통을 원활케 하며, 우리글을 올바르고 풍요롭게 사용(표현)하도록 도와준다. 사회경제적 비용 감소는 덤! 한자는 지금도 우리 일상에 굳건히 뿌리 내려 있다.(임대 문의는 ‘임차 문의’가 돼야 옳다.)/김광희 협성대 경영학과 교수출처: 경인일보(https://www.kyeongin.com/article/1744996) 첨부파일 김광희 협성대 교수.jpg